“하는 만큼 줘라”…금융당국,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옥죄기

  • 송고 2016.02.01 10:08
  • 수정 2016.02.01 14:35
  • 백아란 기자 (alive020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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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성과주의’ 확대 압박…“기업은행 필두 성과주의 시행”

임종룡 “필요하다면 노조와 직접 면담할 것”…성과주의 인센티브 부여

금융당국이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주의 도입을 추진키로 하면서 시중은행 등 금융권 전체의 조직체계가 수술대에 올랐다.

금융 시장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고임금·보신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성과와 역량을 따져 임금과 인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민간 금융 시장으로 확대되기까지 갈등이 예상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공공기관장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금융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공공기관장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금융위

◆ 금융당국 ‘성과주의’ 확대 압박…“기업은행 필두 성과주의 시행”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추진키로 했다.

이른바 ‘성과주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는 최하위·기능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성과연봉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권고하는 안 가운데 가장 높은 기준이다.

성과연봉제 적용대상 또한 종전의 1327명(전체 7.6%)에서 9배가 넘는 1만1821명(68.1%)으로 늘어난다.

금융위는 차하위 직급(4급)에도 기본연봉 인상률 격차를 적용하고, 최고-최저간 전체연봉 격차를 20~30% 이상 유지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부터 간부직은 30% 이상, 비간부는 단계적으로 20% 이상 전체 연봉의 차등이 적용된다.

금융공공기관 차하위직급(4급)은 모두 6248명으로 총 직원의 36% 수준이다.

고정수당처럼 운영되는 부분은 변동성과급으로 전환하며, 성과 평가시 개인 및 집단 평가를 반영한다.

성과주의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선 매월 금융공공기관 간담회를 통해 분야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도입정도나 시기 등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했다.

◆ 임종룡 “필요하다면 노조와 직접 면담할 것”…성과주의 인센티브 부여
금융공공기관에는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이 포함된다.

금융위는 특히 기업은행 등 9개 금융 공기업을 필두로 임금체계를 우선 개편한 후 시중은행이 뒤따를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올해 금융개혁 첫 번째 과제로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꼽으며 “금융공공기관은 정책금융기능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민간금융회사가 참고할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가 금융권 성과주의에 반대하고 있다ⓒ백아란기자

금융노조가 금융권 성과주의에 반대하고 있다ⓒ백아란기자

임금 삭감에 대해선 보수문제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임 위원장은 “승진을 포기하고 일하지 않는 무임 승차자가 문제”라며 “임금체계 뿐만 아니라, 평가.교육.인사·영업방식 등 전반에 걸친 성과중심 문화를 모범적으로 정착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조 반발과 관련해서는 “필요하다면 노조와도 직접 면담하고, 노사가 협력해 선도하는 기관에게 확실한 인센티브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노사 갈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성과주의 도입에 강한 시그널을 던진 셈이다.

그는 또 ▲성과별 차등화 ▲금융업무 전문화 ▲공공부문 선도를 3대 원칙으로 제시하며 “성과연봉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사실상 고정수당처럼 운영된 부분은 조속히 개선하고 집단평가와 함께 개인평가도 반영하고 비중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개인별 성과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함에 따라 불완전 판매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질적지표를 해답으로 내놨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성과평가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하느냐에 따라 부작용은 예방할 수 있다”며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단순한 계량적 지표, 즉 대출금액 같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고객만적도나 질적 지표를 중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에 대한 날선 지적도 나왔다.

손 국장은 “오히려 민간 은행부문에 성과주의가 충분히 도입되지 않아 담보 위주의 대출을 비롯한 보신주의, 부실처리를 미루는 여신 관행, 외부청탁, 온정주의에 입각한 인사풍토 등의 잘못된 관행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완전 판매 방지 등 소비자 보호의 문제는 금융회사 스스로의 내부통제를 통해 견제·감시장치를 지속 확충해나가야 한다”면서 “앞으로 금융개혁 차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는 등 금감원 소비자 보호 조직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과당경쟁 등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KPI에 고객만족도 같은 질적 지표를 확대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함께 취해달라”면서 “성과중심 문화는 반드시 가야하고 갈 수 밖에 없는 방향이라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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