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 항공업계 지각변동

  • 송고 2020.12.28 06:00
  • 수정 2020.12.25 09:57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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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객선 수요 지난해 10%…분기 연속 적자 탈출 실패

임직원 최장기간 휴직…기안기금·고용유지지원금 충당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첫발…통합 LCC도 순차 실시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나란히 서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나란히 서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연합뉴스

올해는 항공업계에 있어 격변의 시기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연간 여객 수요는 예년의 10% 정도에 그쳤고, 직원들은 역대 최장기간 휴직에 돌입했다.


갖은 발버둥에도 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긴 어려웠다. 최악의 경영환경에 직면한 항공사들은 기간산업안정기금, 고용유지지원금, 유상증자 등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갔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할 뿐이었다.


정부는 결국 '항공업 재편'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하나로 묶는 메가 항공사 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반발도 거셌지만 일단 첫 발을 내디뎠다.


◆여객수요 23년만 최저…임시방편으로 위기 돌려막기


올해 초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하루에도 수십번 오가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사들의 여객 실적은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항공 수요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7년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항공사 1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중 영업이익을 본 항공사는 단 한곳도 없었다.


이후 대형 항공사는 화물 사업으로, 저비용 항공사(LCC)는 국내선으로 살길을 찾았지만 적자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2~3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만 겨우 흑자를 냈다.


이밖에 임직원 휴직, 급여반납도 통하지 않자 항공사들은 결국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기안기금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고용을 유지했고, 그럼에도 부족한 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메웠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종료됐지만 기안기금 신청은 가능해 아직 지원받지 못한 항공사들은 내년 중으로 이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내년도 국제선 회복은 어렵다는 전망이 4분기 들어 쏟아졌다. 영국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됐음에도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그나마의 가능성도 사라진 상태다.


정부와 항공사들은 이미 바닥난 곳간이라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일환인 무착륙 관광비행은 국내선에서 잠시 흥행했지만 국제선의 경우 예매율 30%에 그치는 등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뭉쳐야 산다…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메가 항공사'


정부는 지난 11월 항공사 통합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32년 만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양강 구도를 끝내고 규모의 경제, 경쟁력 제고 등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유상증자 5000억원+교환사채 3000억원)을 지원하면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를 인수한다. 1~2년간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둔 뒤 통합법인을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쳐지면 자산규모 40조원에 달하는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국제 화물 수송능력까지 더하면 세계 7위 규모다.


지금처럼 각각의 법인으로 남을 경우 여객 기준 대한항공은 세계 19위, 아시아나는 30위권 내에 머물러 10위권 경쟁에 발도 들이기 쉽지 않다. 현재 927%인 양사 합산 부채비율도 561%까지 내리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 7위 규모 초대형 국적 항공사라는 큰 그림에도 시작부터 진통을 겪었다. 한진칼의 대주주 KCGI가 산업은행의 신주 발행에 기존 주주를 배제한 결정이라며 제동을 걸었고 법정 싸움까지 이르렀다.


양사 노조도 반발했다. 항공사끼리 합쳐지는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대한항공은 양사 노조와 지속적으로 접촉해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것이란 계획이다.


양사 통합을 위한 남은 관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 해외 4개국(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의 기업결합신고 등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통합인만큼 현재로서는 통과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제주항공 vs 티웨이항공 vs 통합 LCC 3파전


대규모 합병이 끝나면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 작업도 뒤이어 시작된다. 정부의 사업인가 난립으로 지난해 9개까지 늘었던 국내 LCC 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상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제주항공-티웨이항공의 3파전이 예상된다. 현재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순서인 점유율도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LCC들은 새 시대를 맞을 준비에 돌입했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노선을 전략으로 삼았다. 통합 LCC가 아시아권에서 승부를 본다면 티웨이항공은 이를 피해 호주, 유럽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제주항공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조만간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티웨이항공과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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