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디지털] 중국은 박차, 한국·미국은 관망…중앙은행발 가상화폐 나올까

  • 송고 2021.05.19 10:00
  • 수정 2021.05.18 20:22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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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까지 CBDC 상용화 추진하는 중국…금융거래데이터 확보와 거래내역 추적이 목표

한·미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 고도화된 지급결제제도 바탕 아래 관련연구 진행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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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주요국은 CBDC 관련 연구와 논의는 지속하되 본격적인 개발 및 발행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 관련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하마 중앙은행이 지난해 샌드달러(Sand Dollar)를 공식 CBDC로 발행하며 세계 최초로 CBDC의 상용화를 선언했으나 중국은 오는 2022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위안화를 공식 사용한다는 목표 아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라는 점에서 민간기업의 디지털화폐와 달리 공식통화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며 지급결제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은 국가일수록 활용가치가 높아진다.


기존 화폐와 달리 설계에 따라 자금출처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CBDC의 특징으로 꼽히고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성의 정도를 어느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디지털위안화를 법정통화에 추가하는 법안을 공표하는 등 법·제도적인 기반까지 정비한 중국이 CBDC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위안화를 국제화하고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와 함께 기존 결제체계에서 확보하기 어려웠던 방대한 금융거래 데이터를 중앙은행이 확보하고 디지털위안화에 담긴 정보를 추적해 거래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이 CBDC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처럼 상용화를 추진하진 않고 있으나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의 80% 이상은 CBDC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6월 CBDC 관련 법적 이슈와 법률 제·개정 필요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법률자문단을 출범한데 이어 올해 말까지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 진행을 목표로 CBDC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외부연구용역 보고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정 방향'에서는 CBDC가 법화로서 발권력 및 강제통용력에 있어 현재 통용되는 한국은행권·주화에 적용되는 규정을 준용하고 불법적인 자금 요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도 관련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CBDC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디지털환경에 취약한 이용자가 지급수단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경제활동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도 CBDC 개발에 감안해야 할 요소다.


보고서에서는 일상생활이나 긴급한 상황에서 필요한 경우 현금사용권을 보장하거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실물기반 토큰형 CBDC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관련 연구와 논의는 지속하지만 상용화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지급체계가 잘 갖춰져 빨리 상용화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4월 15일 금통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CBDC가 발행되면 가상화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지만 CBDC의 발행구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발행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투기수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역시 CBDC 발행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준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발행하는 만큼 다른 국가와의 상용화 경쟁을 위해 서두르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고도로 발전된 지급시스템을 갖고 있는 세상에서 디지털화폐를 제대로 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Fednow 시스템이 있고 머지않아 모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즉시결제를 할 수 있게 되는 환경에서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는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사용되는 디지털화폐는 미국에서 작동하는 통화가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가 사용된 모든 지급거래를 실시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글로벌 경쟁의 문제라기보다는 중국 금융시스템 내의 일과 더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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