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진 경기전망에도, 돌아가는 금리인상 시계

  • 송고 2021.08.02 08:00
  • 수정 2021.08.02 07:55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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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국채 담보대출 나선 연준 "FOMC에서 심도 있는 테이퍼링 논의"

하반기 금리인상 공언한 한은 "금융불균형 해소 위한 통화정책 필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왼쪽)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사진 오른쪽).ⓒ한국은행·연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왼쪽)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사진 오른쪽).ⓒ한국은행·연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미 중앙은행은 기존 금리인상 논의를 지속하며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 연준(Fed) 의장은 지난달 27~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의 시기, 속도, 구성과 관련해 처음으로 깊이 있게 논의했으나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떠한 가이던스도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잭슨홀 미팅과 관련해 현재 발표문을 작성중이나 현재로서는 어떠한 것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11인 전원 찬성으로 정책금리 목표범위(0.00~0.25%)를 동결하고 매월 최소 800억달러의 국채 및 400억달러의 MBS를 매입하는 자산매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으나 연준은 역내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대기성 레포제도(domestic Standing Repo Facility)와 외국통화당국을 대상으로 한 상설 레포제도(FIMA repo facility) 등 2개 유동성 대출제도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성 레포제도는 매일 익일물 레포거래를 대상으로 5000억달러 이내에서 공개시장조작(OMO) 대상증권(국채, 정부기관채, 정부기관 MBS)을 담보로, FIMA는 외국 통화당국이 필요로 하는 경우 뉴욕 연준에 보관중인 미국 국채를 담보로 익일물 레포거래를 거래상대방별로 최대 600억달러까지 실시한다. 대기성 레포제도의 최소 입찰금리와 FIMA 초기 대출금리는 0.25%로 설정됐다.


시장에서는 대기성 레포제도와 FIMA를 신설한 것이 향후 테이퍼링을 위한 사전포석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채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돌입하게 되면 물가가 상승하고 장기국채는 수요 감소로 금리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 레포제도는 장기국채에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에게 장기국채를 담보로 현금을 빌려주는 제도로 연준은 미국 내 금융기관 뿐 아니라 외국 통화당국에도 장기국채를 담보로 한 대출창구를 개방함으로써 국채금리 급등을 방지하고 투자자들의 우려를 축소하는데 나섰다.


FOMC 직후인 지난달 29일 미국 상무부는 연율 환산 기준 올해 2분기 GDP성장률이 6.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8.4%에 비하면 예상을 밑돌았으나 개인소비지출은 11.8% 급증했으며 상품소비지출(11.6%)과 서비스소비지출(12%)도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GDP성장률은 4분기 연속 성장세를 지속했으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와 같은 성장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0.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1년 2개월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번 금통위에서는 고승범 위원이 0.25%의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내보였다.


현재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0%대 물가와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조정된 만큼 물가상승에 맞춰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금융불균형 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통해서도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채가 과도하고 경제주체들의 수익추구행위가 상당히 과도하다는 점"이라며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금융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0.25~0.50% 인상으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진 못하겠지만 통화정책이 경제성장과 함께 방향성을 갖고 이뤄지는 것이므로 현재 경제주체들의 위험추구행위는 어느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금리인상에 나서겠다는 한국은행의 시그널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으나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해 경제지표는 다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승세를 이어가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7.1p 급락한 103.2를 기록하며 7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5개월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상반기 GDP성장률은 3.9%로 한국은행 전망치(3.7%)를 웃돌았으나 2분기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던 내수가 다시 침체되는 모습을 지속할 경우 연간 4% 성장률을 달성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4차 대유행이 8월까지 지속된다면 기존 전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8월말 예정된 경제전망에서는 이와 같은 요인들이 반영된 수치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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