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인상 시기, 고용에서 갈린다

  • 송고 2021.08.03 06:00
  • 수정 2021.08.03 07:53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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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인플레보다 실업률에 민감 "금리인상 서두르지 않을 것"

금융안정 우선 한은, 개정안 5건 발의돼 "정책수단 보완해야"

ⓒ보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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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 한 가운데 미 연준은 이르면 내년 말 금리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금리인상 시기의 차이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연준은 실업률에 민감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현재 한국은행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만큼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데 이어 미 연준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 정책금리 목표범위(0.00~0.25%) 동결과 함께 매월 1200억달러의 자산매입(장기국채 800억달러·MBS 400억달러)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미 중앙은행은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경기회복 및 물가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및 자산매입 축소(Tapering)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 연준 의장은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의 시기, 속도, 구성과 관련해 처음으로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으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금융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10월,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금통위에서 현재 0.50%인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0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15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채가 과도하고 경제주체들의 수익추구행위가 상당히 과도하다는 점"이라며 "0.25~0.50% 인상으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진 못하겠지만 통화정책이 경제성장과 함께 방향성을 갖고 이뤄지는 것이므로 현재 경제주체들의 위험추구행위는 어느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두 배까지 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미 연준은 이르면 올해 말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돌입하되 기준금리 인상은 빨라도 내년 말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최소 1년 이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이유로는 양국 중앙은행의 정책목표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금융안정이 주요 책무인 반면 연준은 고용안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률이 개선되던 시기(2012~2019년)에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등 기준금리와 실업률 간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반면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한 실업률이 2015년 12월 5%까지 하락하는 기간 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하다 5% 이하로 낮아진 이후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최대의 지속가능한 생산 및 고용과 물가안정인 반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통화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는 생산, 고용과 같은 실물경기 변수가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고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에는 금융안정이 빠져 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실물경기보다 인플레이션에, 연준의 경우 인플레이션보다 실물경기에 좀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통화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양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양국이 직면한 경제상황과 통화정책 목표를 고려할 때 예상 가능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해 금융불균형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업률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여전히 높은 연준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에도 고용안정이 추가될 경우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장기화된 저성장 등 변화하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기존 물가안정을 넘어 경기부양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국회에는 '한국은행법' 목적조항에 고용안정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5건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류성걸·박광온·김경협 의원이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양경숙·김주영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와 같은 개정안 발의는 한국은행이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나 기존 목적인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이 상충될 소지가 있고 고용안정을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사용할 경우 물가가 오를 수 있어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수의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오는 10월 초 열릴 예정인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한국은행의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구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고용안정을 정책목표에 포함시켜도 법적·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적절히 활용해 경기에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며 "적절한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정책수단을 보완해 고용안정 개념이나 목표가 되는 지표들을 우선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고용안정과 경제정책 지원을 목적으로 하게 될 경우 통화정책이 정부정책에 예속돼 물가안정보다 고용안정 등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므로 통화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중립성을 확립하고 보전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신뢰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류성걸·박광온·김경협 의원이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양경숙·김주영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픽사베이

지난해 류성걸·박광온·김경협 의원이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양경숙·김주영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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