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4대 신흥강자] 국내 '새벽배송' 창시자 마켓컬리 전국 확대

  • 송고 2021.09.10 10:00
  • 수정 2021.09.10 09:49
  • EBN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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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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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도 잠못드는 배송전쟁에 불을 붙인 곳이 있다. 바로 새벽배송에 1호 깃발을 꽂은 마켓컬리다. 우리는 흔히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각, 집 앞에 놓인 마켓컬리의 퍼플박스를 본다. 이제는 마트나 슈퍼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 상에서 이 보라색 박스 하나만으로 장을 보는 일이 익숙해졌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청사진처럼 "마켓컬리 없이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라는 말이 결코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


◆'우리와 꼭 맞는 푸드마켓' 출범

ⓒ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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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는 평소 미식 경험이 풍부했던 김슬아 대표의 조금은 특별했던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세상에는 참 다양한 푸드마켓이 있지만 우리와 꼭 맞는 마음을 가진 푸드마켓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발상을 하게 된다. 마켓컬리는 그렇게 2015년 5월 출범했다.


쿠팡이 이미 출사표를 던진 배송 시장에서 더 빨리 배송해 준다는 점을 무기로 '새벽배송 열풍'을 일으켰다. 이는 곧 마켓컬리의 성장을 이끈 주효한 경쟁력이 됐다.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까지 배송해주는 '샛별배송'(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쿠팡은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해 준다. 수도권을 비롯해 충청·대구권에 운영 중인 샛별배송 서비스는 연내 부산, 울산 등 경남권과 광주 등 호남권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는 김 대표의 지론처럼 평소 그는 상품 선정에 있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기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를 창업한 2015년 5월부터 매주 금요일 상품기획자(MD)들을 모아놓고 직접 식품의 맛을 보며 70개의 평가 품목을 점검하는 '상품위원회'를 열고 있다. 12시간 동안 김 대표가 일일이 맛을 보고 최종 선택한 제품들만 판매가 결정된다. 2015년 5월 21일 회사를 열면서 팔기 시작한 첫 상품은 상추였다. 현재는 취급 상품만 3만개가 넘는다.


이 같은 고집스런 노력은 마켓컬리가 창업 6년만에 매출 1조라는 '신기록'을 쓰는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9523억원, 거래액은 1조원이다. 누적 가입자 수는 800만명을 넘어섰고 재구매율 역시 71.3%로 동종업계 대비 3배 이상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한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새벽배송戰 촉발시킨 주인공…단독상품·풀콜드체인도 강점

김포 물류센터.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을 열고 키운 대표 주자다. 오전 7시 이른 아침 집 앞까지 음식료품을 배송해주는 혁신으로 맞벌이 가구나 30대 주부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


마켓컬리가 포문을 연 새벽배송 시장은 쿠팡·헬로네이처 등 온라인 배송 1세대부터 신세계·롯데 등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까지 뛰어들며 판이 커졌다. 2015년 100억원이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5년 만에 200배 가량 커진 셈이다.


또 백화점 식품관에서나 구매할 수 있었던 고급 식자재나 컬리만의 단독상품을 취급하면서 상품력을 키운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단독상품군인 '컬리온리', PB브랜드 '컬리스'를 강화하며 실제 마켓컬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비중은 전체 상품 거래액의 약 30%에 달한다. 상품 갯수로는 1만여개다.


마지막으로 마켓컬리는 상품 입고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풀콜드체인'으로 배송하고 있다. 풀콜드체인이란 생산, 입고, 분류, 배송까지 유통의 전 과정에서 온도를 유지해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 중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마켓컬리가 유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프리미엄 상품·배송 역량 강화 집중해야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인만큼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프리미엄 상품 발굴과 배송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회사 창업 당시 고급 식자재(유기농·해외브랜드 상품 등)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했듯이 지속적인 마켓컬리만의 프리미엄 상품 도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배송 권역의 경우도 전국 단위로 확대해 새벽배송 지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필수 과제로 꼽힌다.


최근 주력이었던 신선식품을 넘어 가전과 생활용품 등 비식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다른 유통업체와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경쟁사인 오아시스와 쓱닷컴과의 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마켓컬리가 개척한 새벽배송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며 "그래야 지속되는 영업적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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