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리스크' 커지는 신세계…재조명되는 정유경

  • 송고 2022.01.13 14:00
  • 수정 2022.01.13 14:00
  • EBN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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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멸공' 논란 등 SNS서 도넘은 발언으로 악영향

정유경, '은둔형 경영자'로 백화점·면세사업 착착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논란으로 오너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신세계 계열사들의 불매운동이 확산하는가 하면 주가가 급락하는 등 오너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하며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경영 능력이 재조명 되고 있다. 공식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정 부회장과 달리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는 정 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는 등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용진 도넘은 '소통' 그룹 악재로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2016년 '이마트'는 정 부회장, '신세계'는 정 사장에게 맡기며 분리를 통한 책임경영을 공식화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며 '친근한 재벌'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기업인 중 한명이다. 자신의 SNS 계정을 이마트의 상품을 홍보하거나 새로운 사업전략을 스포일러하는 용도로도 적극 활용한다. 또 자신의 사적인 영역도 거침없이 공개하며 '소통왕'으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 도넘은 '소통'으로 오너리스크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멸공' 발언으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타벅스가 보이콧 타킷이 되는가하면 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SSG닷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신세계 주가는 이 같은 멸공 논란으로 6.8%나 추락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는 '기업인 정용진'의 정체성을 운운하며 최근 오너리스크로 양산된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날 이마트 대표 교섭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한국노총 소속)은 "그룹의 주력인 이마트가 온라인 쇼핑 증가와 각종규제에도 직원들의 노력으로 타사 대비 선방하고 있는 어려운 환경에서 고객과 국민들께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정 부회장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또 "정말 자유인이며 핵인싸이고자 한다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될 것이나, 본인 스스로 기업인이라 한다면 이제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그간 사업가로서의 걸어온 발자취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PK마켓, 전문점, 삐에로쑈핑, 부츠, 레스케이프 등 모두 철수했거나 철수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정 부회장이 벌였던 사업들에 대해 반문했다. 실제 정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주목받았던 식료품 판매 전문점 'PK마켓'과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 영국에서 들여왔던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부츠'는 사업을 접었고 쇼앤텔(남성편집숍) 등 30여개에 달했던 전문점 사업도 대부분 철수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SNS에서 도넘은 발언을 이어가며 논란을 양산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극우 성향으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를 언급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정 부회장은 일본식 김밥 후토마끼 사진과 함께 '콩콩 그래도 콩콩콩콩 콩콩콩'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어 '하나만 먹어도 배부른 후토마끼 먹음. 난 오늘도 콩콩콩콩 콩콩콩'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해 공산당이 싫다는 정치적 색깔을 내비쳤다. 지난해 6월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발언을 따라해 본인의 SNS 계정에 올렸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경의 '신세계' 승승장구


반면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 사장은 이 회장과 닮은 '은둔형 경영자' 행보를 걷고 있다. 정 사장이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1996년 입사 후 20년만인 2016년 12월 신세계 대구점 오픈식 현장이 최초였다. 이후에도 정 사장은 공식석상에 선 횟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대신 어머니 이 회장 곁에서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조용한 정 사장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며 업계에서는 그의 경영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2016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몰을 증축 및 리뉴얼(새단장)한 데 이어 김해·하남·대구점을 오픈하며 6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대구 신세계는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500만명이 방문했고 오픈 1년차 매출이 6000억원을 돌파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 본점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최근까지 5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연매출은 지난해 2조4000억 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후계구도 정리가 끝났지만, 최근 정 부회장의 오너리스크가 경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회장은 정 부회장과 정 사장에게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55%, 18.56% 증여해 각 계열사 최대주주에 올라서도록 해 힘을 실어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승계구도가 완전히 끝났다곤 하지만 위에서 보셨을 때 판단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너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반대쪽인 동생이 조명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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