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원대 적자 LCC "고용지원금 연장 절실"

  • 송고 2022.02.04 10:39
  • 수정 2022.10.21 12:19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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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에어부산, 영업손실이 매출 넘어

고유가·환율 상승·여객 감소 등 3중고 여전

직원 357명↓…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여부 안갯속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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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지난해에도 수천억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항공업 회복이 지연되면서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접은 LCC들은 올해도 외부수혈로 버틸 구상이다. 오는 3월 종료 예정인 고용유지지원금은 LCC 외부수혈의 핵심이다. 업계는 LCC의 회생을 위해서라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 예산이 축소됨에 따라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영업손실 액수는 매출을 넘어섰다.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제주항공은 185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498억원의 적자를 냈다. 에어부산도 이 기간 1195억원의 매출에도 불구, 147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적자가 매출을 넘어서진 않았지만 1534억원, 1192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규모를 확대했다.


LCC들은 4분기 고유가와 환율 상승, 여객 감소 등의 3중고로 적자를 줄이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공은 유가와 환율 변동 리스크가 큰 대표 산업이다. 4분기 유가는 1분기 대비 60% 올랐고, 같은 기간 환율은 달러당 100원 상승했다. 여객에서는 탑승객이 증가했지만 공급이 더 늘어 수익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LCC 4사의 지난해 연간 잠정 실적은 8835억원의 적자를 낸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3중고는 지속 중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항공편을 늘리고 있지만 국내선에서는 출혈 경쟁이 심하고 국제선은 수요가 사실상 바닥인데 유가 상승, 환율 변동까지 겹치면서 더욱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현금 자산을 확보하기 힘든 LCC들은 올해도 외부 수혈에 기댈 예정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고정비 등 운영비는 유상증자나 정부 지원에서 충당한 자금으로 대체해왔다.


LCC들은 정부 지원 중 고용유지지원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원금 명목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적용하고 있지만, 이자가 5~7%로 높고 조건이 까다로워 제주항공을 제외한 다른 LCC들은 신청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기안기금을 신청하려면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고용유지지원금은 LCC 4사가 모두 받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LCC 직원들에게도 절실하다. 휴직을 하더라도 휴업수당의 90% 정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동안에는 고용 또한 보장된다. LCC 한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없었으면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만 현 소속 직원들의 고용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신규채용은 제한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LCC업계 고용유지지원금은 다음달로 끝난다.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3년 이상 연속으로 같은 달에 고용유지조치를 실시하지 못하게 한 시행령 때문이다. 한국항공협회와 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을 건의한 상태다. 김규왕 조종사협회장은 "올해까지만 LCC 휴직자에 겸업을 허용하고, 업계 종사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세율도 감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포공항 내 항공기들이 계류돼있다.ⓒ연합뉴스

김포공항 내 항공기들이 계류돼있다.ⓒ연합뉴스

현재로서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이 쉽지 않다.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이 지난해 1조3658억원에서 올해 5981억원으로 반토막 나면서 지원 가능한 사업장 수가 대폭 축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하더라도 예산의 20%(1000억원) 범위 내에서만 보강할 수 있어 증액 가능성도 크지 않다.


다만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지원 규모는 축소하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조선업이 악화일로에 놓였을 때 정부는 5년 가까이 고용유지지원금을 투입한 바 있다. 2019년 수준으로 항공여객이 회복하는 것은 2024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LCC 직원들의 경제적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태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1년 새 LCC 4사 직원은 357명 감소했다. LCC업계 관계자는 "나갈 사람들은 다 나갔다"면서 "반도체, 화학, 자동차업계쪽으로 이직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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