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붕괴사고 현산, 개선도 책임의지도 없다"

  • 송고 2022.03.22 14:23
  • 수정 2022.10.19 17:15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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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빠진 정관 변경 "보여주기식 아닌지 우려"

"재선임 이사, 건설분야 전문 인력이라 보기 힘들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자회견' 현장. 왼쪽부터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김 위원장,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이주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ebn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자회견' 현장. 왼쪽부터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 김 위원장,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이주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ebn

시민단체들이 HDC현대산업개발이 내놓은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 등 연이은 대형사고를 내고도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광주 붕괴 사고가 '관리 부족에 의한 사고'라고 결론 내려진 만큼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하지만 현산이 내놓은 주총 안건에는 책임 의지는 물론 근본적인 개선 의지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총이 건설사고 이후 열리는 주총인 만큼 현산은 책임이 있는 경영 임원에 대한 해임이나 경영 쇄신을 통한 문제 해결 대책을 제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회사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사고 책임이 있는 이사들을 연임시킨 것은 최소한의 쇄신 의지도 없는 것이라 평가한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월 현산의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APG)로부터 위임을 받고 정관 변경에 대한 주주 제안을 했다.


정관 변경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인데 △지속가능경영·안전경영 및 건설 관련 법령의 준수 등에 관한 회사의 의무를 명문화하는 전문 신설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지속가능경영 공시 도입을 수용했다. 그러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에 관한 정관 변경은 제외됐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변호사는 "당초 주주 제안에는 이사회 내 위원회에 안전보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회사 측은 담당의 특성이나 선임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향후 ESG 담당 사외이사를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며 수용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결국 사외이사로 한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가 구성된 것이다.


노 변호사는 "당초 주주제안과 회사 측 수정안이 내용적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일부 주주제안을 받아들인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회사가 굉장히 큰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으니 형식적으로 정관이라도 변경해보자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한 전문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거나 안전보건위원회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지 않고 지속가능경영 공시를 내실 있게 하지 않는다면 이번 주주제안이나 정관 변경 시도의 의미가 매우 퇴색할 것"이라며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통과될 경우 당초 취지와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사고 이후에도 변동 없는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정몽규 전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 화정 참사 이후 사고의 책임을 진다면서 회장직에서 사퇴하긴 했지만 정 회장은 여전히 지주회사 HDC를 통해서 현산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HDC가 보유한 현산 지분이 무려 43%에 이르고 이제 2022년 3월 기준 정몽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HDC 지분 또한 이 41%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주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이번 주총에서도 HDC의 표가 사실상 정관 변경 등 지배구조 개선 관련 안건 통과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많은 지분이 지금 오너 어느 관계인 소유에 속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게 통과할지가 좀 의문"이라고 말했다.


3월24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권순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올라오지 않았지만 정몽규 회장과 권순호 사장 이외에 다른 이사들 김대철 부회장 정경구 전무 하홍기 상무 등 기존 사내이사인 경영진의 경우에 여전히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7명의 인명 피해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및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심각한 부실 공사가 그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부실공사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기존의 이사들이 물러나거나 책임을 지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현산이 안전사고를 근절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음을 시장에 보여주려면 회사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건설품질관리를 혁신하기 위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해당 이사를 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현산은 오히려 기존 사외이사를 그대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재선임 이사들의 역량도 짚었다. 연임 안건이 제출된 권인소 사외이사의 경우에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이자 로봇 전기 분야 전문가로 건설 안전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보기 힘들뿐더러 사고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이 변호사의 판단이다.


이사회는 권인수 사외이사의 추천 이유를 "로봇 전기공학 분야의 권위자로서 풍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과 관련하여 다양한 분야의 사업 투자 추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회사의 주요 경영 활동과 관련 의사결정 시 합리적 판단과 조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바 있다. 이 변호사는 "이는 건설 안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유병규 사장도 건설 품질·안전과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사회는 유병규 사장에 대한 추천 이유로 "국내 최고의 경제 분야 전문가로서 오랜 학술활동과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회사의 위기 대응 능력을 재정립하고 실적 개선 및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유 사장의 선임 안건은 건설 품질 쇄신과 거리가 멀다는 게 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이 변호사는 "기존 CSO를 사내이사로 올리는 것으로 안전보건 전문이사 선임을 가름한 것에 지나지 않아서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운영 전관 변경 안건의 실행 의지가 희박함을 보여준다"며 "검찰 역시 화정 사고 당시 관련 현장 소장 등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어 기존 이사들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지워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별감독 후 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서류상의 안전 보건 관리 체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본사가 현장의 법 준수 사항을 수시로 확인해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현산이 말뿐인 혁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정말 변화할 의지가 있다면 기존 경영진의 광주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 발표하고 안전보건이사회 담당 사외이사를 선출해야 한다"며 "ESG 관련 권고적 주주제안권을 도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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