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계곡살인' 막자…여행자보험 사기 '경고'

  • 송고 2022.05.09 12:00
  • 수정 2022.05.09 15:55
  • EBN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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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3년간 여행자보험 사기 191건·보험금 1억2000만원

"소액이라도 하더라도 경각심 없는 중복신고 등은 보험사기"

금융감독원은 전손‧도난된 휴대품에 대한 허위 청구 등 여행자보험 사기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6일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오른쪽)·조현수(왼쪽 뒤)씨가 경기 고양경찰서에 인치된 후 간단한 조사를 끝내고 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연합

금융감독원은 전손‧도난된 휴대품에 대한 허위 청구 등 여행자보험 사기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6일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오른쪽)·조현수(왼쪽 뒤)씨가 경기 고양경찰서에 인치된 후 간단한 조사를 끝내고 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연합

금융감독원이 여행자보험 사기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여행자보험은 규모가 작은 단기소액보험이다. 금융당국의 기획조사가 이례적이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른바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씨가 여행자보험으로 수차례의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이 알려졌다.


여행자보험 사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새삼 커진 계기가 됐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국내외 여행 및 여행자보험 가입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요 3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의 해외 여행자보험 계약 건수는 1만1969건으로 지난 2월(6146건)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획조사 결과 발표가 여행자보험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9일 금감원은 여행 중 휴대품 도난·파손을 사유로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여행자보험 사기 혐의자 20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91건에 보험금 1억2000만원 상당이다.


금감원은 사고발생 건수 및 보험금 수령금액이 과도한 사고다발자 등을 조사대상자로 선정한 후, 보험금 청구서류 등을 분석해 서류조작, 피해물 끼워넣기, 동일 물품 허위‧중복 청구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황기현 보험사기대응단 특별조사팀장은 "금감원에 보험사기 인지 시스템이 있다. (여기에) 들어 온 것 중에서 여러 회사에 걸쳐 있는 것은 저희가 직접 조사한다"면서 "(이번 기획조사는) 보험금 지급내역 및 청구서류를 받아서 사고다발자를 대상으로 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자보험 사기 건수와 보험금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0년 7월까지 3년 간의 보험료 지급대차를 확인한 결과라는 게 황 팀장의 부연 설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여행자보험 사기 수법은 ▲전손·도난된 휴대품에 대한 허위 청구 ▲가족관계를 이용한 허위 청구 ▲단체보험 등 다수 보험을 이용한 중복 청구 등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혐의자들은 매 여행시마다 서로 다른 보험회사와 여행자보험 계약을 체결한 후 전손 또는 도난을 이유로 보험금을 수령했던 휴대품에 대해 보험금을 다시 청구했다.


일부 혐의자들은 보험금 청구시 견적서를 조작하거나, 발행일자 등이 누락된 불완전한 영수증 등을 제출했다. 또 면세점에서 구입한 고가물품(가방, 지갑 등)을 도난당했다고 보험금을 수령한 후 중고거래사이트에 판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보험회사가 휴대품의 실소유자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사고내용을 조작하고 보험금 편취한 혐의자들도 있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 다른 보험회사와 여행자보험 계약을 체결한 후 동일한 휴대품에 대해 보험금을 각각 청구하거나, 다른 가족이 이전 여행에서 보험금을 수령했던 도난‧전손된 휴대품에 대해 다시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혐의자들은 손해액 이상의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다수 보험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동일 휴대품에 대해 보험금을 중복 청구하기도 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개인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받은 후 이를 고지하지 않고 단체보험에서 보험금을 다시 청구했다.


여행자보험은 단기소액보험이다. 여행시 일어나는 각종 손해에 대해서 책임을 지기는 하지만 보험금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보험사의 손실에 영향을 크게 주는 상품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까지 여행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여서 여행자보험규모도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단기소액 보험 중에서 여행자보험의 비중이 적지 않다"면서 "정액담보 위주의 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손실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단 '계곡 살인'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행자보험 편취 경험이 이후 생명보험 등 높은 금액의 보험금을 노린 대형 사건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은 새겨들을만 하다.


계곡살인 사건과 관련해 범죄심리학자들은 "피의자 이은해가 여행자보험을 들어 가방이 분실됐다고 해서 보험금도 받고 하면서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상황들을 학습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여행자보험 사기 방지가 더 큰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예방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소액이라도 하더라도 경각심 없는 중복신고 등 소비자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한 조치"라고 이번 기획조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은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여행자보험 휴대품 손해 관련 사기 방법에 현혹될 수 있다"면서 "도난·파손된 휴대품에 대한 증빙 등을 위조하여 사고내용을 조작·확대하거나, 여러 보험회사의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동일 물품에 대한 보험금을 각 보험회사에 중복 청구하는 행위는 편취금액이 소액이라도 보험사기에 해당되므로 유의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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