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분주해진 급식업계…'남매의 난' 아워홈은 불구경

  • 송고 2022.05.09 13:24
  • 수정 2022.10.25 18:41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 url
    복사

삼성웰스토리·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신사업 박차

주주간 분쟁·남매의난 휩싸인 아워홈, 새 주인 만날 가능성에 '안개속'

단체급식업계가 실적 부활을 위한 전열 정비에 나섰다. 기업계가 재택·순환근무를 종료하고 다시 출근 체제로 전환하면서 급식 시장이 재개하고 있어서다. ⓒ픽사베이, 각사, EBN 자료사진

단체급식업계가 실적 부활을 위한 전열 정비에 나섰다. 기업계가 재택·순환근무를 종료하고 다시 출근 체제로 전환하면서 급식 시장이 재개하고 있어서다. ⓒ픽사베이, 각사, EBN 자료사진

단체급식업계가 실적 부활을 위한 전열 정비에 나섰다. 기업체들이 출근 체제로 전환하면서 급식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주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아워홈은 모처럼만에 맞이한 재도약의 기회를 '강건너 불구경' 하는 모양새다. 경쟁사들이 사업을 전면 재조정하고 신사업을 넓히는 상황에서 아워홈의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9일 단체급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매출 기준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사가 전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선두 기업인 아워홈은 LG그룹 고(故)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 1999년 설립한 회사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기업들이 구내 식당을 닫으면서 급식업계는 적자 등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 체제로 다시 돌아오면서 단체급식업계가 시장의 '리오프닝'을 겨냥하고 신사업을 키우는 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업계는 신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 먹거리 찾기에 성공한 대표 업체는 CJ프레시웨이와 신세계푸드다.


CJ프레시웨이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CJ프레시웨이가 공을 들인 신사업은 케어푸드(영유아 및 고령친화식품) 분야다. CJ프레시웨이는 케어푸드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의 급식사업 수주 확대에 주력해왔다.


또한 푸드테크 스타트업과 협업해 MZ세대가 모인 시장을 공략하는 등 소비 트렌드 변화도 주목해왔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매출 2조2914억원, 영업이익 556억원, 당기순이익 3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6%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2.4%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J프레시웨이의 단체급식 사업은 내실 경영을 지향하고 있어 엔데믹 기간 이 같은 성장은 중장기 흐름이 될 수 있다" 진단했다.


코로나 펜데믹에도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와 가정간편식 브랜드 올반을 선보인 신세계푸드는 비급식 사업 부문에서 실적 개선을 기록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3329억원, 영업이익 293억원을 기록했는 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7.5%, 278.6% 증가한 수치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급식과 외식 사업부는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유의미한 수익성 회복을 기록했다"면서 "노브랜드 버거 가맹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매출액 및 수익성이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케어푸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헬스케어푸드 특화 편집매장 '그리팅 스토어'까지 오픈한 현대그린푸드는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 유명 비건, 유기농 식품 등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보다 고도화된 건강 상담 서비스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4% 감소한 586억원, 당기순이익은 45.8% 줄어든 5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린푸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폐지 후 단체급식 및 유통사업 등에서 매출 상승 뿐 아니라 외식 사업에서 매출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지난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매출 2조2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33억원 개선된 실적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40억원 줄어든 890억원을 기록했다. 960억원의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을 실적에 반영한 결과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급식업계 독보적인 1위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삼성웰스토리 단체급식 매출은 1조2197억 원이다. 웰스토리를 제외한 상위 11개 업체 매출을 다 합쳐도 3조원을 넘는 수준임을 가늠하면 삼성웰스토리는 급식업계에서 28%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웰스토리도 신사업으로 '푸드테크'를 낙점했다. 지난해 삼성웰스토리는 자체 앱 '웰스토리 플러스를 통해 사내식당 이용자의 건강 관리를 돕고 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고객사 직원 개개인에 그동안 섭취한 영양소와 메뉴 선호도, 다이어트 같은 건강 목표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이를 종합 분석해 조언해 주는 시스템이다.


삼성웰스토리에 이어 2위 단체급식기업인 아워홈은 18%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리오프닝을 기회로 전열을 가다듬을 때 아워홈은 주요 주주간 경영권 매각 여부를 놓고 때아닌 분쟁에 휘말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앞서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유 지분 매각과 이사진 개편 요구에 나서면서 구지은 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될 것 같았던 아워홈 '남매의 난'이 재점화되고 있어서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최근 "아워홈을 둘러싼 논란이 정리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매각 완료"라며 "구지은 부회장과 현 경영진이 불필요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고 매각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가 아워홈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지휘해야 한다면서 구미현씨와 함께 지분 정리에 나선다고 표명했다.


아워홈은 창립자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가 99%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38.56%를 갖고 있다. 나머지 보유 지분은 각각 장녀인 구미현씨 20.06%(자녀 지분 0.78% 포함), 차녀인 구명진씨 19.60%,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 20.67%다.


이런 분쟁 상황에서 아워홈의 사업이 단체급식, 식자재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아워홈은 2020년 매출 1조6253억원, 영업손실 93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급식 사업이 쪼그라든 결과이다.


비록 지난해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지만 신사업 확대 움직임이 저조한데다 지난해 매출은 1조7408억원으로 2020년 대비 7% 늘어나는 데 그쳐 성장세가 아직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워홈 관계자는 "주주간의 의견대립과 갈등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 등의 보유 지분 매각으로 아워홈이 새 주인을 만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가 보유한 아워홈 지분 매각 전 예비입찰은 오는 8월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워홈 보유지분 매각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현재 사모펀드 등 다수 투자자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언니인 구미현씨를 설득하며 중간 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