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오·드봉 만든 고 구자학 회장...'사업보국' 족적

  • 송고 2022.05.12 08:19
  • 수정 2022.10.25 18:43
  • EBN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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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오 치약·드봉·금성기술 개발한 산업1세대 경영자

'사업보국' 일념 하나로 유통·기술·식품분야에서 활동

구자학 회장이 지난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하고 있다.ⓒ아워홈 제공

구자학 회장이 지난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하고 있다.ⓒ아워홈 제공

종합 식품기업 아워홈을 창업한 구자학 회장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유족 측은 이날 구 회장의 부음을 알렸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다.


구 회장은 아워홈 회장 직함은 갖고 있지만 고령으로 경영에는 사실상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며 고 구본무 LG 회장,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구본걸 LF 회장의 숙부다.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1930년 7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1959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군복무 시절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 다수의 훈장을 수여 받았다.


구자학 회장이 지난 2018년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아워홈 제공

구자학 회장이 지난 2018년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아워홈 제공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디파이언스 대학교(Defiance College) 상경학과를 졸업했다. 충북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한창 산업화가 진행되던 당시 "나라가 죽고 사는 기로에 있다. 기업은 돈을 벌어 나라를, 국민을 부강하게 해야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일념 하나로 산업 불모지를 개척했다. 이는 해국사관학교 출신으로 6.25 참전과 다수의 훈장이 증명하는 ‘보국’에 헌신한 남다른 경력에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1960년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럭키(現 LG화학), 금성사(現 LG전자), 금성일렉트론(現 SK하이닉스), LG건설(現 GS건설)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뛰었다.


1980년 ㈜럭키 대표이사 재직 시절, 구 회장은 기업과 나라가 잘 되려면 기술력만이 답이라고 여겼다. 80년대 당시 세계 석유화학시장 수출 강국인 일본과 대만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구 회장은 당시 "우리는 지금 가진 게 없다. 자본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도 없다. 오직 창의력과 기술, 지금 우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걸어온 길에는 '최초'와 기술력'이 따라 붙는다. 럭키는 1981년 '국민치약'이라는 수식과 함께 당시에 없던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으며,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를 만들어 한국 화학산업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1983 한·독 수교 100주년 기념사업 행사ⓒ아워홈 제공

1983 한·독 수교 100주년 기념사업 행사ⓒ아워홈 제공

이어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는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했으며,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굴지의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아워홈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워홈 매출은 2125억원(2000년)에서 2021년 1조 7408억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 외식사업과 함께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아워홈 사업부를 2조에 가까운 지금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1만 5000여 건에 달하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현재 연구원 100여 명이 매년 약 300가지의 신규 메뉴를 개발 중이다.


생산·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섰다. 2000년대 초 구 회장은 미래 식음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과 물류시스템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70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산∙물류센터 부지를 찾아 전국을 돌았다. 현재 아워홈은 업계 최다 생산시설(9개)과 물류센터(14개)를 운영하며 전국 어디든 1시간 내 신선한 식품을 제공 중이다.


해외진출도 빨랐다. 아워홈은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청도에 식품공장을 설립했다. 다양한 중국 식재료를 원활히 수급, 직접 생산해 단체급식 질을 올리기 위해서다.


이어 2017년 베트남 하이퐁 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8년에는 M&A를 통해 기내식 업체 HACOR를 인수하며 기내식 사업에도 진출했다. HACOR는 현재 LA국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들에 기내식을 납품하고 있다.


구자학 회장이 지난 1986년 금성사 대표이사 재직 시절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아워홈

구자학 회장이 지난 1986년 금성사 대표이사 재직 시절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아워홈

구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식품기업으로서의 철학을 평소 피력해왔다.


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 회의에서 구 회장은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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