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만들 사람 없는데 최저시급이라니"…조선업 인력난 재점화

  • 송고 2022.07.29 14:49
  • 수정 2022.07.29 16:40
  • EBN 박성호 기자 (psh@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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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조선 3사 수주목표 초과 달성 예측…인력은 부족

고노동·고임금→고노동·저임금 구조로 바뀌며 불만 쏟아져

외국인력 수급으로 부족…근본 해결책 필요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가 거제 옥포조선소 안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가 거제 옥포조선소 안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조선업계 인력 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업계는 호황을 맞이했지만 저임금·고노동으로 근로자들이 떠나가며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헤비테일 관행 때문에 업계는 잉여자금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조선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을 지속해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 발주량 중 45.5%에 달하는 선박을 수주했다. 특히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비중이 62%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LNG선 수요 증가, 카타르 프로젝트 본계약의 영향으로 조선업계는 올해 수주 목표를 무난히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177억7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 또한 59억달러치 선박을 수주하며 목표치의 66%를 달성했다.


일감은 늘은 반면 조선업계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해양조선플랜트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 조선산업 전체 고용인원은 20만3441명에 달했으나 2021년에는 9만2687명까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조조정 등의 문제로 절반 이상의 인력이 떠났다. 2022년 5월까지 집계된 인원도 9만2992명에 불과하다.


낮은 임금이 조선업계 인력 수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의 제조업 대비 조선업 임금은 150.8이었다. 제조업 종사자가 평균 100만원을 받는다면 조선업계 종사자는 150만원을 넘게 받은 것이다. 2019년의 제조업 대비 조선업 임금은 102.8로 여타 제조업 평균 월급과 차이가 없었다. 고노동·고임금 구조가 고노동·저임금으로 바뀐 것이다.


낮은 임금은 특히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 인력 수급을 힘들게 만든다.


조선업계 구조상 협력업체 인력은 전체 고용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2020년 사내협력사 직원은 약 5만4400명으로 정규직 직원(4만3000명)보다 많았다.


한편 최근 대우조선해양에서 점거농성한 유최안 하청노조 부지회장이 언론에 공개한 급여명세서를 보면 그는 최저임금(9160원)을 받고 228시간 일해 208만원을 수령했다. 이번에 하청노사가 합의한 4.5% 인상안을 적용해도 약 218만원에 불과하다. 조선업계를 떠나 플랜트 업계 등으로 옮겨간 인력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다.


다만 업계는 지금 당장 조선업계 저임금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이 나설 수는 없다고 본다. 각 사의 손실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는 28일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5085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또한 올해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잉여현금도 없다.


기업에 잉여현금이 없다면 협력사와 근로자들이 요구해도 임금 인상을 논할 수 없다. 조선업계는 관행상 선박 공정 마무리 절차인 인도 단계에 대금의 60~80%를 지급하는 방식인 헤비테일 수주 계약을 맺는다. 때문에 약 1년~1년 반 뒤인 내년에나 잉여자금이 생겨 협력업체 기성금 인상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효성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조선업을 특별 고용 지원 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 유지 지원금을 지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책 시행 후 1년까지는 고용이 20% 증가했으나, 2년 뒤부터는 고용이 8.4%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차선책으로 외국인력(E9) 신속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려면 업계에서 오래 일해 온 고숙련 노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구를 통한 실질적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 별로 경력 단절자 및 청년 인력을 수급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인프라나 직원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원청과 정부가 함께 지원하는 공동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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