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추진' 빗물터널, 집값 걱정 주민 반발 최대 난제

  • 송고 2022.08.17 12:26
  • 수정 2022.10.19 22:50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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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추진 아파트 144곳 "병행 공사 불가능"

2011년에도 동작구 빗물터널 2개소 공사 철회

지하 40m에 32만t 빗물 저장 가능한 '신월 터널' 서울시가 2020년 5월 완공한‘대심도 빗물터널’인 양천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의 모습. 지하 40m 깊이에 지름 10m 규모로 만들었다. 서울시에서 가장 큰 배수 시설로 시간당 95~100㎜의 폭우가 쏟아져도 버틸 수 있다.ⓒ연합

지하 40m에 32만t 빗물 저장 가능한 '신월 터널' 서울시가 2020년 5월 완공한‘대심도 빗물터널’인 양천구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의 모습. 지하 40m 깊이에 지름 10m 규모로 만들었다. 서울시에서 가장 큰 배수 시설로 시간당 95~100㎜의 폭우가 쏟아져도 버틸 수 있다.ⓒ연합

서울시가 강남 상습 침수 지역에 빗물터널(대심도 빗물 저류 시설)을 재추진 하기로 발표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재건축 등의 이유로 사업 위치 변경 혹은 축소, 공사 기간 연장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


앞서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 시장은 우면산 산사태 이후 광화문과 양천구 신월동, 강남역 등 상습 침수지역 7곳에 17조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계획 변경이 이뤄져 실제로는 양천구 신월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만 지어지기도 했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집중호우로부터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힘을 합쳐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며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단계로 이번 침수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 광화문 지역에 대해 2027년까지 시설 건설을 완료하고 2단계로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를 대상으로 관련 연계 사업과 도시개발 진행에 맞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은 지하 40m 내외 깊이에 터널 같은 구조물을 설치해 집중 호우 때 빗물을 모아뒀다 배출하는 시설을 말한다.


서울시의 빗물 터널 계획이 공개된 이후 즉각적으로 반대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빗물 처리 시설 때문에 우리 단지 재건축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 "(빗물터널을)어디에 공사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도를 공개해라" 등 반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 심화될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144곳에 달한다. 여기에 서울시 내 안전진단을 아직 받지 않은 준공 30년 차 이상 아파트는 30여만 가구에 달한다.


서울시 입장에서 재추진이라는 점에서 빗물 터널 공사는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지만 이미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있는 만큼 공사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일각에서는 병행 공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하 건설이라는 점에서 지반 침하 우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내 유일한 신월 대심도 빗물저류시설은 지하 50m 지점에 직경 5.5~10m, 총연장 4.7㎞로 강서구 가로공원로~양천구 신월동~양천구 목동펌프장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시설로 지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건축 아파트들은 구축 아파트의 고질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을 더 늘리는 추세이기도 하다. 주차 편의 제고를 위해 주차장 관련 추가 비용을 분양가에 가산하는 것도 서슴지 않기도 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빗물 터널 공사로 지역 재건축을 모두 미룰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터널 공사지역 인근에서 아파트 공사를 동시에 진행 할 수도 없는 노릇. 일부 지역은 계획 차질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있다"며 "터널 공사를 재건축 단지와 중복되지 않게 우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렇게 될 경우 예상 공사 기간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공사 전부터 의사결정 지연 조짐이 보이면서 기간 연장이 예상되고 있지만 집중 호우 대책은 시급한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수도권 지역의 집중 호우는 해가 지날수록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상청이 7년 전 내놓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기후변화 상세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71년~2100년 강남구에 내리는 비의 강도는 하루 20.5㎜로 지금보다 13.9% 증가하고 호우 일수는 3.3일에서 5.9일로 78.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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