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태영은 시작일 뿐"…신용도 '빨간불' 켜진 건설업계

  • 송고 2022.12.26 10:39
  • 수정 2022.12.26 11:49
  • EBN 권한일 기자 (kw@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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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분양침체→PF부실→부채증가 '악순환'

도급순위 중상위 건설사 신용등급 전망 줄강등

"PF만기 연장 불발 우려…시장 전반 리스크 전이 가능성"

PF부실 우려와 부채비율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연합

PF부실 우려와 부채비율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연합

롯데건설과 태영건설 등 중대형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업황 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부채 비율 상승이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신용도 줄강등은 '이제 시작'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나이스신평·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이외에도 한신공영은 2개 신평사로 부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고 동부건설은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한단계 하향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로 내려갔다.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주된 이유는 PF 우발채무와 부채비율 때문이다. 나이스신평은 롯데건설의 우발채무 규모가 2020년말 3조원대에서 지난달 기준 7조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된 점에 주목했다. 부실 문제가 불거져 계열사 등에서 긴급 자금이 수혈됐지만 재무부담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태영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의 올 3분기말 기준 우발채무 규모는 2조 4000억원으로 불었고 부채 비율은 441%에 달한다. 한신공영과 동부건설은 △PF 우발채무 등 재무 부담 증가 △분양 실적 악화에 따른 사업 변동성 확대 △자재값 등 원가 부담 가중 등이 등급전망 하향 사유로 꼽혔다. HDC현산의 경우 올 초 발생한 광주 화정동 붕괴 사고 이후 △수주잔고 감소 △수익성 저하 △재무부담 확대 등이 신용도 강등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중대형 건설사 대부분은 최근 수년간 주택 경기 호황을 타고 우발부채(채무보증)를 통해 사업을 대폭 키워왔다. 하지만 올 들어 급격한 고금리로 촉발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이러한 업계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우려로 번졌고 이번 신용등급 줄강등 조치는 하반기 실적과 내년 전망치에 대한 우려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기업 신용도 강등은 이제 시작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큰 국내 업계 특성상 분양 경기 하락은 건설사들의 자금난과 부채 비율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신용등급 하락은 물론 건설사 줄도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주·착공·분양 모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업황이 급격히 쪼그라들어 당분간 차입금과 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신용등급 하락으로 PF만기 연장이 불발된 기업들이 우후죽순 발생하면 휘청대는 곳들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채권시장 현황과 향후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하락으로 PF 차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통상 부동산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만기가 3개월이므로 내년 2월까지 만기도래하는 물량은 약 29조원인 데, 최종 분양 성적에 대한 우려로 차환되지 않거나 상환 능력이 없다면 내년 초 크레딧 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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