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 정부, 빌라왕 재발 방지책 총동원…하지만 효과는

  • 송고 2023.01.13 02:00
  • 수정 2023.01.13 02:00
  • EBN 김창권 기자 (kimck261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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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전세·매매가, 악성 임대인 등 위험거래 확인하는 앱 출시

임차인 체납사실·선순위 보증금 등 확인 특약 계약서에 반영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들고 발언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연합뉴스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들고 발언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연합뉴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사기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으며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또한 전세사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을 위한 지원책도 내놓고 있지만, 실제 피해자들은 여전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사건들을 뿌리 뽑겠다며 칼을 빼든 것은 지난해 9월로, 당시 관계부처 합동으로 ‘임차인 재산 보호와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전세사기의 주요 원인을 계약주체 간 정보비대칭과 제도의 허점 때문이라고 보고 △정보격차 해소 △안전한 거래환경 조성 △권리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했다.


먼저 정보제공을 위해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만들어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다. 적정 전세·매매가, 악성 임대인 등 위험거래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자료가 여러 곳에 산재해 개별 임차인이 확인하기 어렵고, 신축빌라 시세, 악성 임대인 명단 등은 정보 자체가 부재한 만큼 앱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2030세대의 피해가 많았던 만큼 근저당권 등 계약 시 필수 확인정보, 전입신고·확정일자, 후속조치 필요사항 등 사회초년생을 위해 임대차 계약 시 주의사항도 안내한다. 부동산 계약 전, 임차인이 체납사실·선순위 보증금 등의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 임대인이 해당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 임대차 표준계약서에 반영하도록 한다.


또한 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보증가입이 의무화가 됐지만, 여전히 가입하지 않은 사업자가 있는 만큼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임대인이 보증에 신청할 경우 임차인에게 통보하고, 보증가입 의무 준수 여부도 상시 점검한다.


특히 신축빌라 등 시세 파악이 어려운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가입 시 집값을 실제보다 높게 부풀려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한 사례가 많았기에 적정 시세가 반영되도록 주택가격 산정체계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공시가 적용비율은 현실화율(71.5%)을 고려해 공시가격을 기존보다 10%포인트(p) 하향된 140%로 정했다.


여기에 담보설정 순위에 관계 없이 임차인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은 우선해 변제되도록 ‘최우선 변제금액’을 500만원 일괄 상향 조정된다. 최우선변제금은 세금보다 우선하는 권리로 임대인의 체납세액이 있더라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으로, 이전까지는 서울의 경우 5000만원, 과밀억제권역 4300만원, 광역시 2300만원, 그 외 2000만원이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통해 시행되는 만큼 국회의 동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오는 4월부터 임차인은 집주인의 별도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집주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임차인의 대항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는 임차인의 전입신고 다음 날까지 임대인이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는 내용을 주택 임대차표준계약서에 특약으로 담기로 했다. 임차인이 계약 당일 확정일자를 받아도 이튿날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틈을 타 임대인이 주택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등 보증금을 빼돌리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2차 설명회에서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김창권 기자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2차 설명회에서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김창권 기자

국토교통부·경찰청 등에서는 범정부 합동 특별단속을 실시해 전세사기 가해 임대사업자·중개사 등에 대해서는 사업자 등록 말소나 자격 취소 등 처벌을 강화하고, 채권회수를 위한 전담 관리체계도 운영한다.


정부 기관 외에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주택 임대차 관련 계약서에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특약을 삽입키로 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임대인이 국세·지방세 등의 체납 사실이 없음을 고지하고, 임대인이 사전 고지없이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본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만 ‘빌라왕’ 사건처럼 깡통전세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에게 직접적인 보상 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다양한 사기 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이들에게만 국가가 대신 보상해주게 되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전세피해 지원센터 설치 △피해 임차인에게 저리 대출 △긴급 주거 제공 △무료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한다. 또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과정에서 임대차 계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는 한편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도 병행한다.


한편 지난 10일 국토부는 전세보증금 피해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설명회를 가졌는데 전세사기 피해자 중 70% 가까이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세사기 피해 추정 거래액은 171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유일한 대응책이었던 전세보증보험 가입도 제도상 허점이 있어 못한 경우가 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당시 한 피해자는 “현행법상 임대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빌라왕의 경우 이런 보증보험에 가입하지도 않고 주택 매매와 임대차 계약행위를 지속했다”면서 “법을 어겼는데 처벌도 없이 이들이 수 천채의 집을 사들일 동안 나라에서는 무엇을 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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