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임박…'운수권·슬롯' 배분 쟁점

  • 송고 2023.01.25 15:57
  • 수정 2023.01.25 15:58
  • EBN 신승훈 기자 (sh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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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문 넘어…사실상 EU·미국·일본 3개국 남아

미국 당국 장고 들어가…신규 항공사 취항 추진 중

EU, 2월 17일 결론 예정…파리 노선 독점 해소 관건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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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임박했다. 난관으로 여겨진 중국 경쟁당국의 문턱을 넘으면서 EU, 미국, 일본 등 사실상 3개국 심사만 남겨둔 상태다. 해외 경쟁당국이 경쟁 제한성(독점) 해소를 요구하면서 운수권과 슬롯 배분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한항공은 상반기 기업결합을 목표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인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이후 첫 필수 신고국 승인이다.


중국 경쟁당국은 기존 공정위가 경쟁 제한 우려를 판단한 5개 노선에 자체 판단한 4개 노선 등 총 9개 노선에 신규 항공사 진입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인승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EU, 미국, 일본 등 필수 신고국 3개국과 임의 신고국인 영국의 기업결합 승인만 남겨두게 됐다.


당초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중 기업결합 심사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8월 미국 측이 요청한 '세컨드 리퀘스트'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75일간 기업결합 심사를 마치겠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양사 간 기업결합에 대해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 노선이 많은 만큼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심사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가 파악한 북미 경쟁제한 노선은 서울-뉴욕, 서울-LA, 서울-시애틀, 서울-호놀룰루, 서울-샌프란시스코 등 총 5개 노선이다. 서울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의미한다. 이중 뉴욕, LA, 시애틀 노선의 경우 양사 합병 시 점유율이 사실상 100%에 해당해 독점 노선으로 판단했다. 호놀룰루와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각각 하와이안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취항해 과점 상태다.


미국 당국이 장고에 들어간 가운데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의 미주 노선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사례를 보면 한국 경쟁당국이 자체 판단한 경쟁 제한 노선(5개)에 추가로 4개 노선에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도 공정위가 판단한 경쟁 제한 노선에 추가로 다른 노선의 경쟁 제한성 완화를 요구할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다음달 17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혔다. EU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사전심사에 돌입한 지 2년 만이다.


양사의 유럽 노선 중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은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로마, 파리, 이스탄불 5개 노선이다. 바르셀로나를 제외하곤 모두 1개 항공사씩 경쟁사를 두고 있다. 쟁점은 서울-파리 노선이다. 현재 파리 노선에는 에어프랑스가 취항 중이지만, 대한항공과 같이 '스카이팀'에 소속돼 있는 만큼 유럽 경쟁당국은 양사가 합병 시 경쟁 제한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해당 노선에 국내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LA를 운항 중인데 인천-파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선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일본은 항공 자유화 국가로 운수권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경쟁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EU보다는 무난히 심사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공정위가 판단한 독점 우려 노선도 부산-나고야 1개 노선에 불과하다.


임의 신고국인 영국은 오는 3월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경쟁당국은 인천-런던 노선의 경쟁 제한 완화를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은 히드로 공항에 주 10개, 아시아나항공은 7개 슬롯을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7개를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EU, 일본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중"이라며 "외항사나 저비용항공사(LCC)에 일정 노선을 할양해 경쟁 제한성을 완화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사업자가 어떤 구제책을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경쟁 당국의 심사를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면서 "EU는 지역이 넓기 때문에 양보를 많이 할 수도 있지만, 국내 소비자의 편익이 감소하는 측면도 있어 협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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