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기만 빌려준다고?…대한항공 ‘승부수와 무리수’ 사이

  • 송고 2023.08.11 12:20
  • 수정 2023.08.11 12:20
  • EBN 천진영 기자 (cjy@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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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티웨이에 화물기 제공 등 사업 제안

EU 화물 부문 경쟁제한성 우려 불식위한 조치

업계 “화물기 대여로 사업 영위 어려워” 의문

기종별 전문인력·업력 등 이행 여부 불투명

대한항공 보잉787-9. [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787-9. [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화물사업 진출을 제안한 것을 두고 업계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합병) 승인을 얻기 위한 판단으로 읽히지만, 단순히 항공기만 넘겨받는다고 해서 화물사업을 영위하기엔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전용 화물기가 없는 특정 항공사가 타깃이 된 것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항공업 특성상 각 기종별로 정비사와 조종사 등 전문인력을 따로 둬야하고 물류 공급망 확보 등 엄격한 자격이 요구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티웨이항공에 B747 및 B777 등 화물기 제공과 화물사업 진출을 제안했다. 티웨이항공 측은 “관련 논의가 오간 것은 맞지만 결정된 사안은 없다.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행보는 유럽연합(EU)가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항공 화물 사업자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EU는 화물 부문 경쟁제한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중간심사보고서(SO)를 통해 “두 항공사 합병 시 화물 부문에서 유럽과 한국 사이 가장 큰 운송업체가 되기 때문에 품질 저하 및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측은 “구체적인 시정조치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간 여객 노선에 가려져 있었지만 당초부터 화물사업도 합병 성사를 가를 변수 중 하나로 언급돼 왔다. 대형항공사(FSC)의 화물 부문을 감당할 수 있는 인수자를 국내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항공업 특성상 기종별로 회사 소속의 항공정비사를 따로 둬야하고, 화물량 적재적소 배치하는 로드 마스터(Load master) 역할을 하는 전문 인력도 요구된다. 운항승무원도 채용해 교육이 이뤄져야하는 만큼, 전용 화물기를 운용하지 않는 항공화물 운송사업자가 화물기 몇 대를 빌려온다고 당장 하늘에 띄울 수 없다는 해석이다.


티웨이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처음으로 화물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여객기 하부의 화물칸을 활용한 밸리카고(Belly Cargo)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의 제안을 수락한다고 가정하면 처음으로 화물기를 활용한 화물 사업에 나서게 된다. 현재 LCC 중 화물기를 도입한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업력과 공급망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화주는 항공사가 그간 쌓아온 수송 업력을 기반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데, 이러한 자격 요건을 갖춘 곳은 LCC 중에선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대한항공이 제주항공이 아닌 티웨이항공에 화물기 대여를 제안한 것은 이들의 전략차를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화물 전용기를 운용 중이지만 장거리를 운항할 수 있는 기종은 아니다. 티웨이항공은 작년 말 인천~호주(시드니)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본격 장거리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 전용기를 운용하려면 특정 기종을 운항하기 위한 조종사와 정비사가 따로 있어야 한다. 기종별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 등 단순 비용 외 추가적으로 갖춰야할 조건이 적지 않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화물운수권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한다고 해도 현 상황(대한항공의 화물기 대여 제안)이 깔끔하지 않고, 실제 이행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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