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토지거래허가제의 남용(濫用)

  • 송고 2023.11.08 06:00
  • 수정 2023.11.08 06:00
  • EBN EBN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박사 외부기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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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박사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박사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경영학박사

최근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에 대한 재산권 침해 및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발표된 성동구청의 성수동 전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 추진 때문이다.


성동구는 최근 이 일대가 관광지로 급부상하면서 ‘팝업스토어’가 많아지고 이는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이 불가피하며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보다 임대료 상승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물론 임대 기간이 짧은 팝업스토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에 대한 제한이 없어, 기존 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수동에는 상가뿐 아니라 빌라와 연립 등 서민이 많이 살고 있는 노후 주택 또한 상당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성수동 전체가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된다면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서민이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는 대지가 1.8평이 넘는 주택 등의 소유권을 이전 계약하거나 허가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으로부터 반드시 허가받아야 한다. 또 이를 어길 시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계약체결 당시 토지가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해당 주택의 매수자는 최종 1주택이며 계약일로부터 9개월 이내에 입주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등 허가 조건 또한 매우 까다롭다.


이렇게 어려운 매매 조건으로 인해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제도는 주택 및 토지의 투기를 제한하는 강력한 정부의 규제 정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대부분의 자치구는 주민의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토지거래허가 구역의 해제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지거래허가 구역의 지정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지역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관리할 수 있고 지역별로 주택 공급을 조절해 주택시장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제한돼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상업 시설에 대한 투자 환경이 악화돼 투자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상가 및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이 필요할 수 있지만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은 지나치게 주택 공급을 제한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고 상업 시설의 투자를 감소시켜 상권을 약화할 수도 있다.


이에 토지거래허가지역의 추가 지정은 지역 상업 시설의 임대료 급등이 유발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만이 아닌 주택시장 및 경제 상황 그리고 재산권을 침해받는 토지 거래 허가 예정지역 주민의 의견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의 제정 목적은 토지의 투기적인 거래의 방지로 인한 국민의 주거 안정에 있다. 이런 토지거래허가제의 근본 취지에 일조하고자,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본인의 부동산이 묶인 국민조차 재산권 침해와 토지 거래 허가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토지거래허가제 제정의 기본 목적과는 다르게 토지거래허가제가 토지의 투기 거래 방지가 아닌 제한된 특정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남용된다면 큰 피해를 감수하며 묵묵히 정부 정책을 따르고 있는 대부분의 토지 거래 허가 지역 내 부동산 소유자는 더 이상 지자체와 정부를 믿지 못할 것임을 정책담당자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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