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 상장’은 계획 수순(?), 다음 행보는…

  • 송고 2014.06.03 16:56
  • 수정 2014.06.04 12:07
  • 송창범 기자 (kja3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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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결정부터, 삼성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

올해 3월부터 매달 큰 건 발표, 이제 건설부문 ‘합병’ 관측 7월 촉각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추진하게 될지는 몰랐다.”

3일 오전에 발표된 삼성에버랜드 상장 추진 관련, 재계 안팎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재개와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를 결정하고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하면서, 이미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발표 시점이 생각보다 훨씬 빠랐다는 얘기다.

역시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워있는 상태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 회장의 상태가 알려진 것 보다 좋지 않다는 반증이라는 분석도 재계 일각을 중심으로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이건희 회장 건강과는 관계가 없다”며 “오래전부터 계획된 수순에 따라 발표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계획된 수순은 어떤 것이었을까?

3일 현재 상태는 삼성그룹 측과 삼성에버랜드 측 모두 에버랜드에서 나온 상장 추진 보도자료와 에버랜드 고위 관계자가 방송기자들의 요청으로 뉴스 화면을 위해 짧게 질의 응답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공식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방송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이건희 회장 건강과 관계 없다. 계획된 것이었다”는 점, 그리고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핵심 취지”라는 짧은 말만을 남겼다.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인 만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이 급물살을 타며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큰 틀에서 볼 때 발표 시기를 제외하면 계획된 수순의 승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일단, 삼성그룹 승계작업을 위한 행보는 지난해 9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를 결정한 시점을 출발선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9월23일 인수가 결정된 이후 3일만인 9월27일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하는 것을 결정했다. 이 합병으로 삼성 오너 일가 지분이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바로 이 시점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어 11월에는 에스원이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인수를 결정했고, 삼성에버랜드는 급식 및 식자재 사업을 분리해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2월말에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율 7.8%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등극하는 등 지난해 연말 계열사간 재편작업에 속도를 냈었다.

올해 들어서도 재편작업은 계속됐다. 3월 말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 발표했고, 이틀이 지난 후인 4월초 바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도 합병키로 결정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선, 당시 이로 인해 ‘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내 전자사업 수직계열화가 더욱 단단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에 대해서는 사업 재편 범위를 전자에서 중화학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5월8일 이재용 부회장이 오너가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SDS 상장 추진이 발표된 것이다.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 했다.

이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오늘(6월3일) 사실상 삼성그룹 내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까지 상장을 추진키로 결정, 발표한 것이다. 내년 1분기 상장이 목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뚜렷하게 윤곽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삼성의 이재용 시대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제 재계 안팎에선 삼성그룹의 또 다른 축인 건설부문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다음 수순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획득 2대 주주에 올라 있어 삼성의 사업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이제 또다시 그 시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시기상 3월, 4월, 5월, 6월 등 매달 한번씩 큰 건을 삼성이 발표한 만큼, 7월 경에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얘기도 나올 수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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