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채찍 꺼낸 금융위표 '성과주의'…금융권 확산 촉매제 되나

  • 송고 2016.03.07 15:02
  • 수정 2016.03.07 16:52
  • 백아란 기자 (alive020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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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전문성 제고·금융개혁 완수"…인센티브·책임 부과

노조 "은행 자율에 맡길 문제"…객관적 성과평가 체계 확립 필요

“성과중심 문화 정착은 금융개혁 마무리일 뿐만 아니라 성패를 좌우할 핵심요인이다. 조기 도입한 기관엔 인센티브를, 불이행시 인사·예산 상 조치에 대해 책임을 부과한다.”

금융당국이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꺼내들었다.

(왼쪽부터)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MOU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금융위

(왼쪽부터)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MOU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금융위

◆ 임종룡 "전문성 제고·금융개혁 완수"…인센티브·책임 부과
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9개 금융공공기관과 성과중심 문화 확산 이행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이같이 역설했다.

노사 갈등으로 지지부진했던 성과주의 도입에 강한 시그널을 던진 셈이다.

이날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위해 혁신을 유도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성과중심 문화의 정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산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시작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을 필두로 금융권 전반에 성과주의 도입이 확산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성과주의와 관련해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진통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금융개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꼽으며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주의 도입을 강경히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달 25일에는 기재부가 성과주의를 조기 도입하면 경영평가에 별도 가점을 주고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금융당국 또한 인센티브를 최대한 지원키로 했다.

우선 인건비 1%는 인센티브 예산으로 성과중심 문화 도입수준에 따라 5단계 차등 집행한다.

아울러 성과중심 문화 이행평가 항목을 신설, 내년 6월 최종 평가하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편성시에도 성과중심 문화 관련 추가 제도개선이 필요한 기관에 경영 인센티브 인건비를 편성(2%, 잠정)할 계획이다.

반면 불이행시에는 법령과 지침 등이 정하는 평가와 그에 따른 인사·예산 상 조치에 대해 책임을 부과키로 했다.

ⓒ금융위

ⓒ금융위

◆ 노조 "은행 자율에 맡길 문제"…객관적 성과평가 체계 확립 필요
결국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당국의 압박이 들어오니 울며 겨자먹기로 임금과 조직체계 바꿔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모양새다.

현재 기업은행 컨설팅 업체 입찰을 실시해 성과주의 개인평가체제 도입 관련 직무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TF를 설치해 직무분석 등의 방식에 대해 검토 중이다.

수은 관계자는 “성과연봉제의 경우 이미 시행 중”이라면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맞게 조정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KDB산업은행 또한 2010년부터 전 직급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산은 측은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시중은행에서도 특별승진 등을 통해 성과주의 도입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달 3일 신한·KB국민·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장들은 성과주의 확대에 대해 “노조와 협의해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임 위원장은 “전국금융산업노조(이하 금산노조)가 무대응을 대응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자세”라며 “노조가 진정 노조원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임금체계에 대해 노사가 자율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금산노조는 성명을 통해 “금융위는 성과연봉제를 강요하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노사가 자율로 결정해야 할 임금체계를 국가가 강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심각한 관치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성과주의 정착을 위해 노사 모두 납득할 만한 객관적 성과평가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의 영향과 전망'에 대해 “호봉제가 인건비 상승을 초래해 은행 경영에 지속적인 부담이 된다”면서도 “무차별적인 퇴직 권유로 고성과자의 유출, 조직 사기 저하, 불완전 판매 증가 등 부작용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연구원은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혁의 성패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성과평가 체계의 확립에 달려 있다"며 "현장과의 소통을 통한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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