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유의종목 지정 급증…거래소 책임론 대두

  • 송고 2021.06.03 15:55
  • 수정 2021.06.03 15:56
  • EBN 이남석 기자 (leens031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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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로빗·프로비트 등 중소거래소 다수 암호화폐 유의종목 지정

단기간 암호화폐 유의종목 지정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일본처럼 금융당국이 거래소와 코인 심사 직접 관리해야" 지적도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일부 중소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상장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대거 지정하면서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일부 중소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상장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대거 지정하면서 "스스로 헐거운 상장기준을 인정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픽사베이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일부 중소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상장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대거 지정하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은행연합회가 내놓은 실명확인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스스로 헐거운 상장기준을 인정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 에이프로빗은 지난 1일 일반 프로젝트 2개와 디파이 프로젝트 9개 종목 등 총 11개 암호화폐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에이프로빗 측은 해당 이유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에 따른 지정 및 상장 프로젝트의 관리 강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비트'도 단기간 대규모 암호화폐 정리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프로비트는 지난달 21일과 24일 200여종의 암호화폐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한데 이어 오늘 150여개의 암호화폐를 거래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사이 상당수의 암호화폐들이 상장폐지가 결정된 셈이다. 프로비트는 해당 암호화폐들의 출금은 오는 9월 1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최근 암호화폐거래소들이 무더기 상장폐지에 나선 데는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풀이된다. 특금법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 발급 등의 요건을 구비해야 한다. 이어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이를 신고하고 수리받아야만 국내에서 영업이 가능하다.


다만, 최근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은 세부 항목으로 암호화폐 개수와 신용도 , 거래량 등과 같은 평가요소가 포함됐다. 결국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 수가 많을수록 시중은행에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대개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암호화폐들의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결국 유의종목 지정 소식에 암호화폐 시세는 폭락해 해당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암호화폐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이제 와서 유의종목을 대거 늘리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운영과 다르지 않다"며 "이런 식이라면 결국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소거래소들이 '업비트'를 기준점으로 삼아 암호화폐 상장수를 맞추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현재 업비트에 상장된 암호화폐수는 총 178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중소거래소들이 특금법 통과를 위해 상장수 기준을 업비트 수준으로 낮추는듯 싶다"며 "중소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은 다른 거래소에 상장된 경우는 거의 없어 단기간에 상장폐지를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처럼 금융당국이 직접 거래소와 암호화폐를 심사하고 관리해 거래소와 은행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일본에서는 금융청의 화이트리스트 코인 심사를 거친 거래소만이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암호화폐 프로젝트 한 관계자는 "일본은 암호화폐 산업과 관련해 장기간 플랜을 세우고 금융청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통해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가 워낙 급격히 진행되다 보니 거래소들이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들이 현재 자구책으로 상장수를 줄이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려는 행동인지 정말 올바른 경영을 하고자 하는 액션인지는 알 수 없다"며 "우리 정부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산업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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