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에도 빚투…기준금리 더 올린다

  • 송고 2021.09.09 12:55
  • 수정 2021.09.09 13:04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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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 실물경제·금융시장 영향 제한적…물가는 상승세 지속 전망

주식·부동산 투자 위한 대출 급증세 지속 "코로나 변수 없다면 금리인상 지속"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한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기준금리 인상 방향 등 최근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국은행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한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기준금리 인상 방향 등 최근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국은행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경제전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상 금리인상 사이클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주택 등 자산가격 상승기대와 위험선호 성향은 여전히 높고 가계부채 급증세도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이와 같은 방침은 사실상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79조7000억원 증가하며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들어 두자릿수로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전년동월대비 8.2% 증가하며 8%대에 올라선 증가율은 올해 4월 10.3%, 7월 10.2% 등 10% 내외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대출유형별로는 올해 1~7월 중 주택담보대출이 43조5000억원, 기타대출이 36조1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소폭 축소됐으나 예년 평균(2017~2019년)에 비해서는 크게 확대됐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이 5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증가폭이 다소 축소된 반면 비은행권은 28조3000억원 늘어나며 확대추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비수도권 및 중저가 중심의 주택구입과 전세 관련 자금수요가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으며 신용대출 규제 강화에도 가계의 자산투자, 생활 및 사업자금 수요 등이 확대되고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 수요 등이 늘어나면서 기타대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규제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비은행권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것도 금융불균형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신용협동기구는 지방의 주택시장 호조와 대출접근성 측면의 상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했으며 보험도 은행대출 한도를 초과하는 자금수요 등에 대응해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취급 강화에 나섰다.


코로나19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득개선이 더딘 취약가구, 자영업자 등의 생활 및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수요 확대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및 여전사의 카드론 등도 상당폭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대출로 조달된 자금이 가계의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 및 자산가격 상승기대와 결합되면서 자산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금융불균형 누적이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과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가계의 대출수요가 크게 둔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다른 정책들이 같이 이뤄져야 금리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며 "DSR규제 강화, 가계대출 관리방안 등 거시건전성 정책들과 주택시장 같은 자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속되는 반면 코로나19 재확산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에서도 7월 이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확진자 수가 2000명 내외 수준으로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으나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위중증률·치명률 하락, 경제주체들의 학습효과, 온라인거래 확대 등으로 인해 이전 확산기보다 국내 경제 파급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델타 변이 확산 영향이 제한적인 모습이다. 8월 중순 이후 반도체 업황 둔화 가능성 제기, 미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우려 등으로 외국인 증권투자는 주식 순매도 규모가 확대됐으나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주가조정 국면에서도 국내 주식 순매수를 지속하고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도 확대되는 등 투자자들이 위험선호 성향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와 정부 관리품목 등 여러 교란요인 영향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지표는 지난해 봄 코로나19 충격으로 오름세가 크게 둔화됐다고 올해 3월 이후부터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조적 물가지표의 오름세 확대에 비춰볼 때 최근의 경기회복 흐름을 반영해 물가상승압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변동성이 낮고 지속성이 높은 기조적 물가지표는 인플레이션 기대와 높은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의 기조적 물가상승압력 확대를 반영해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나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레버리지에 의존한 주식투자와 주담대 급증세 지속은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약 5년만에 '완화기조 유지' 문구를 삭제한 한국은행은 정책금리가 인상 사이클로 돌입한 만큼 향후 성장세나 물가, 금융불균형 상황 등을 감안해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경기의 견실한 회복세 지속 여부가 통화정책의 가장 큰 전제가 되는데 코로나 전개상황이 당초 예상과 다르게 크게 영향을 받고 회복 전망이 벗어나는 경우가 생긴다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밖에 다른 여러가지 요인들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기나 속도는 향후 경제상황에 달려 있으나 8월 인상을 시작으로 금리 방향이 인상 사이클로 들어갔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몇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긴축으로 전환될 것인지도 금리인상 시점에서의 경제상황이나 물가상승률, 금융불균형 정도의 전개 추이를 감안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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