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뭉치·반도체 이어 '요소' 대란…車 덮친 공급망 쇼크

  • 송고 2021.11.08 15:33
  • 수정 2021.11.08 15:36
  • EBN 김덕호 기자 (pad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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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완성차 부품·소재 생태계 이상 신호

정부·기업 공급망 다변화·자체 생산 움직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현대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현대차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지난해 2월 발생) 사태는 코로나19가 야기한 '완성차 생태계 이상'을 알린 단어다. 그리고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최근 발생한 '요소수 대란'은 부품·원료의 글로벌 수급 불균형을 도마에 올렸다. 공급망 혼란의 실물 경제 타격. 그리고 완성차 '공급망 쇼크'가 현안이 됐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발생한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 대란은 중국에서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를 생산하는 공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완성차에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단순한 '전선뭉치'다. 그러나 이 재고가 급감하면서 현대차와 쌍용차 공장은 가동 중단 사태를 맞았고 현대차 1개 회사의 생산 손실분만 약 1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지난해 2월 현대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2.9% 줄었고, 기아와 쌍용 판매 실적도 각각 5.0%, 24.7%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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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내후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에 따른 현대차, 기아 등 국내 브랜드들의 생산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14% 줄었다.


이에 완성차 업계의 실적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5사의 10월 내수 판매는 총 10만6424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5% 감소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판매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1~10월 기업별 판매 감소율은 △현대차 7.8% △기아 4.7% △한국지엠 26.8% △쌍용차 36.9% △르노삼성 40.8%에 이른다.


문제는 자동차 전동화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 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생산능력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이에 반도체 공급난은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 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8일 공개한 '차량 반도체 수습난 현황 진단과 향후 과제' 보고에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향후 2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반도체 업계와 손잡고 중장기적으로 부품망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요소수 원료인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사태'가 시작됐다. 국내 시장의 66%를 공급하는 중국이 수출 문을 닫자 '시장 품귀' '가격 급등' 등이 연달아 발생했다.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에 사용되는 요소수의 부족으로 승용차는 물론 화물·물류 현장에서의 운송망 마비 가능성이 나온다. 올해 8월 기준 국내 경유 화물차는 총 333만대에 이른다.


국내 요소수 생산 기업들은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완성차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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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변화…정부·기업 공급망 다변화·자체 생산 움직임


앞선 세 번의 공급 대란 사태에 정부와 기업의 대응은 한 발 늦었다. 다만 뒤늦게 관련 부품 및 소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사태를 완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 촉진 지원사업 아이템 중 하나로 와이어링 하네스를 선정했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사업인 '전선뭉치'를 자동화·지능화 공정으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대체 소자 개발, 반도채 물량 조기 발주, 공급 업체 협업을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의 자체 개발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3일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의 자체 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반도체 개발에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지만, 이것은 우리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면서 "현대차의 자동차 부품 계열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자체 반도체 개발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피하고, 부품 개발 및 생산을 내재화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요소수 부족 사태에는 정부가 나섰다. 호주, 중국, 러시아 등 요소 생산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에 대해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행위 방지안도 마련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출 금지에서 경험했듯 국내 산업계는 필수 소재 공급망 붕괴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이 필수 소재를 미리 파악하고 생산을 내재화 한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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