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안정화특약, 보험사 뇌관…보험료 인상 '재촉'

  • 송고 2021.12.22 14:23
  • 수정 2021.12.22 14:23
  • EBN 안다정 기자 (yieldabc@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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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3~4세대 실손 '안정화 할인특약' 적용

내년에도 적용되면 6000억원 적자 끌어 안는 셈

작년부터 3~4세대 실손보험에 적용돼오던 '안정화 할인특약' 존속 여부를 두고 금감원과 보험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작년부터 3~4세대 실손보험에 적용돼오던 '안정화 할인특약' 존속 여부를 두고 금감원과 보험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픽사베이

작년(2020년)부터 3~4세대 실손보험에 적용돼오던 '안정화 할인특약' 존속 여부를 두고 금감원과 보험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보험사는 1~2세대 보험료 인상을 위해 3~4세대에 할인 혜택을 줘 적자가 심화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적자가 누적된 1~2세대 실손보험료 인상을 두고 업계가 당국 압박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나 다음주 2세대 실손(표준화실손)보험료 인상률이 도출된다. 2세대 실손보험 인상률이 내년 1월부터 반영되려면 올해 내로 인상률이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상은 원칙적으로 보험사의 재량이지만 실손보험료는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계와 금융당국이 상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다.


업계나 당국에서도 1~2세대 실손의 누적 적자가 커지고 있고,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데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실질적으로 내년 실손보험 인상률이 20% 이상을 기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업계 모두 1~2세대 실손은 보험료를 20%대로 높여야 하는 데 공감하고는 있으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실제 적용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보험업계는 3~4세대 실손에 적용한 '안정화 할인특약'이 내년에도 연장되는 것에도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업계 관계자들이 당국과의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으나 내년에는 안정화 할인특약을 일몰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매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2000억원 규모 적자 때문이다. 3세대 실손에 안정화 특약이 적용된 시점은 2020년부터였다. 이 시기부터 업계 전체로 추산하면 할인폭이 매년 2000억원 규모에 이르므로 내년에도 할인이 들어가면 6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할인 특약 적용 과정을 두고도 논란이 한 차례 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전에는 보험사와 금융당국과의 상의를 통해 안정화 특약을 도입했다. 당시 보험업계가 협조에 나섰으나 작년 말 안정화 할인특약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일방적인 통보식으로 연장이 됐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전체 차원에서 고통 분담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작년은 소통 없이 연장을 해야 한다는 전화만으로 결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2세대 실손보험 요율 인상을 두고 당국의 기조는 강경한 분위기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실손보험료 인상과 관련해 개입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다.


정 원장은 지난 21일 온라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보험료율은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하고, 합리성에 대한 판단은 보험사와 정책 당국이 시장 상황에 따라 내리는 것"이라며 "특히 39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경우 국민 실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감독 당국이 합리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실손보험료 인상 명분이 생길 때마다 당국이 이를 틀어 쥔다는 입장이다. 특히 1년 갱신이 아닌 3~5년 주기로 보험료가 인상되는 1세대실손(구실손), 2세대실손(표준화실손)의 인상폭이 커보이는 '착시효과'도 발생해 보험료 인상이 업계 비판으로 이어진다는 반응이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갱신 주기마다 최대치로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는 폭은 25%로 정해져 있다. 보험업법 제7-63조(제3보험의 보험상품설계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에서 위험구분단위별로 보험료의 변경이 매년 ±25%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당국이 인상 명분이 생길 때마다 올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적기에 보험료 인상이 힘들다는 우려도 토로했다. 외려 실손보험료 인상을 보험사 자율에 맡기면 오히려 공정한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는 반응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도 보험상품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보험사가 요율을 결정할 수 있는 게 맞다"며 "보험사 자율적으로 요율 반영이 되던 시기에는 오히려 보험사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보험료를 7~9% 정도 내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적자가 누적되면 10년 간 누적 적자가 112조원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실손 판매를 중단하는 것도 실손보험이 '만년 적자'에다 비급여 수가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소수의 가입자가 보험금을 독식하고 있는 구조도 기형적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15일 실손보험 재정 전망을 분석한 결과 앞으로 10년간 현재까지 반영된 수준으로 실손보험료가 인상되면 누적적자가 1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13.4% 수준으로 보험료가 인상됐는데, 보험금은 이보다 더 큰 폭인 16.0%로 증가해왔다.


이같이 누적 적자가 심화되고 있지만, 이 현상이 1~2세대 실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3~4세대 실손도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정화 할인특약 적용으로 받을 수 있는 보험료는 낮지만 경상환자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3~4세대 실손보험도 코로나19 이후에는 손해율이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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