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N 칼럼]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 송고 2023.11.16 14:00
  • 수정 2023.11.16 14:00
  • EBN 관리자(gddjrh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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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로봇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도 완벽하지는 않다. 물론 안전을 위해 수많은 기술 개발이 더해지고 규제도 강화되지만 100% 안전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로봇 또한 기계인 탓에 고장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인간보다 운전은 안전하다는 게 자율주행 개발자들의 목소리다.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위험 운전을 사전에 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과 컴퓨터’의 운전 가운데 로봇이 낫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인간은 흔히 ‘눈치’로 다른 자동차 또는 사람의 움직임을 짐작할 수 있어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로봇 운전의 허점이다. 100% 완벽하지 않다면 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이다. 해답을 두고 지금까지 의견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제조사는 로봇택시 운행으로 돈을 버는 운송사업자를 지목한 반면 운송사업자는 사람의 고용 없이 제품을 운송사업에 투입한 것이어서 책임이 없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유료 탑승자는 단순히 승객인데 왜 책임을 지느냐고 반문한다. 나아가 보험사는 누구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래서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려면 사고 책임 소재가 분명해져야 한다는 얘기가 끝없이 흘러나왔고 이때마다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는 목소리만 넘쳐났다.


그러자 결국 영국이 칼을 빼들었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에 명확한 결론을 내렸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사에 사고 책임을 묻기로 했다. 영국은 사용자의 경우 아무런 조작이 없고 운송 사업자 또한 운전자를 고용하지 않기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남은 책임 주체는 제조사밖에 없다며 사고 책임을 규정했다.


영국 정부의 결정을 가장 반기는 곳은 보험사와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이다. 보험사는 피해 보상금을 제조사로부터 충당할 수 있고 지능 개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은 사고 책임에서 벗어나 꾸준히 기술 향상에 매진할 수 있어서다. 반면 제조사는 당혹스럽다. 정부 규정에 따라 만든 제조물을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했을 뿐 운송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님에도 문제 발생 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운송사업자가 로봇택시 운행으로 수익을 가져가는데 왜 제조사에 사고 책임을 묻느냐고 항변한다.


결국 제조사는 이 지점에서 고민을 한다. 어차피 사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 굳이 운송 사업자에게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직접 운송사업을 수행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의 가능성을 우려해 로봇 지능이 운전하는 자동차 판매를 아예 접을 수도 있다. 직접 책임을 지든 아니면 책임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든 둘 중 하나다. 만약 전자를 선택한다면 현재 제조와 운송으로 구분된 모빌리티 부문에서 둘은 하나로 합쳐지기 마련이다. 쉽게 보면 제조사가 직접 택시 또는 버스 운송사업에 착수한다는 뜻이다. 이외 물류 운송,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에도 로봇 지능 자동차로 앞세워 사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책임을 지려면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운송사업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물의 판매 관점에서 고객이었던 운송사업자는 어느 순간 제조사의 경쟁사로 변신한다. 둘 가운데 당연히 경쟁 우위는 제조사가 점한다. 다른 운송사업자에게 제품을 판매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영국의 제조사 책임 선택은 이 같은 미래 모빌리티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로봇 운전 시대를 빨리 열겠다는 미래적 의지의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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